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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 스페인어와 나 ( EL ESPAÑOL Y YO )

- 교장선생님의 호통을 거짓말로 물리치다  -

    
 나의 이 “모르겠는데요”라는 말은 그 억양이 반세기 후에 TV에서 심형래 개그맨이 애용했던 그것과 너무나 흡사했다. 그건 그렇고(a proposito), 교자선생님은 나의 이 무례한 응답에 문자 그대로 노기충전 하셨다. 교장선생님으로서는 그럴 만도 했다. 부임하기도 전에 학생들에 의해 집단배척을 당한데다가 우연히 마주친 학생에 의해 철저히 무시당했으니까 말이다. 그것도 인상이 좀 어눌해 보이는 학생에 의해서 말이다. 교장선생님은 나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면서 소리를 꽥 질렀다.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고?! 난 이 학교에 새로 부임한 교장이야!”
이 호통에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는 체 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 분이 신임교장선생님이라는 것을 첫눈에 알아보았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학교 학생들이 신임교장의 취임에 대해서 동맹휴학에 돌입했다는 소식은 이미 각 신문에 크게 실려 있었으니까 말이다. 물론 교장선생님의 그 잘생긴 얼굴과 함께.... 그러나 이실직고를 하기에는 이미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초지일관 거짓말을 타고 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이판사판이었다. 입에 칼 물고 뜀뛰기였다. 거의 반쯤 울음에 잠긴 목소리로 그러니까 애절한 음성으로 말했다.
  “아, 교장선생님이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실은 제가 그동안 몸이 아파서 학교에 잘 나오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병원에 가는 길이었습니다. 그러니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앞으로는 교장선생님의 존안(rostro respetable)을 멀리서 뵙더라도 비호 같이 달려와서 큰 절을 올리겠습니다아.”
나의 이 간절한 서약에 교장선생님은 교육자로서 감동한 모양이었다. 몇 번 고개를 끄덕이고 나더니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이번만은 용서해줄 테니 가봐.”
나는 이 말에 감유했다. 코가 땅에 닿도록 절을 했다. 그리고는 냅다 뛰기 시작했다. 교장선생님이 또 부를까 봐서였다. 그리고는 교장선생님의 늠름한 자태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했을 때쯤 해서 겨우 걸음을 멈추었다. 또 그리고 나서 나는 그제서야 교장선생님을 감쪽같이 속인 나의 “천재적인” 연기력에 대해 일종의 야릇한 쾌감마저 느꼈다. 또한 동시에 어느 정도 죄책감도 들었다. 이 기회를 빌어서 교장선생님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그건 그렇고 일단 호구를 벗어난 나는 광화문 쪽을 향해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약속의 학회(tierra de promisión), 즉 스페인어학회를 찾아가기 위해서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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