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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 스페인어와 나 ( EL ESPANOL Y YO )



  내가 동물병원 앞에서 기절초풍할 정도로 놀랐던 이유는 또 하나의 간판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건 “동물병원” 간판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또 다른 간판이었다. 그 간판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쓰여져 있었다. 즉 “한국스페인어학회”라는 글이었다. 아니 그렇다면 바로 이 동물병원이 “스페인어학회”란 말인가! 아니 또 그렇다면 바로 내 눈 앞에서 알짱거리고 있는 견공(犬公: don perro)들이 장차 중남미 진출을 꿈꾸고 있는 스페인어 전공자, 아니 전공견들이란 말인가? 그 순간 내 머리는 혼란의 도가니 속으로 마구 빠져들었다. 머릿속이 온통 뒤죽박죽이 되어 뭐가 뭔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일단 동물병원 안으로, 아니 스페인어학회 안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김이배 부회장님을 뵙고 어찌된 영문인지를 알아보기로 했다.


  학회(?)사무실 안에는 흰 까운을 몸에 걸친 30대 “어르신”이 회전의자에 앉아있었다. 그는 나를 보자,
  “학생, 유학 신청하러 왔나?”
이렇게 물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학생, 개 사러 왔나?”
나는 이 뚱딴지 같은 물음에 머리가 핑 돌면서 앞으로 고꾸라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정신을 바싹 가다듬고 이번에는 내가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물론 조심스런 어투로,
  “혹시 김이배 부회장님이 아니신지……?”
나의 이 물음에 그는 씨익 웃으면서,
  “아니, 난 김이배가 아냐. 그저 그의 친구일 뿐이야.”
라고 대답했다. 나는 이 말을 듣자 일단 안심했다. 그러면 그렇지, 전(前전) 주미대사에다가 현재 대통령 물망에까지 오르고 있는 장면박사가 회장으로 군림(?)하고 있는 스페인어학회가 동물병원으로 둔갑할리가 만무했다. 더더군다나 자유당(※당시 여당)의 실세인 황성수 국회부의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김이배 선생님이 지금 한가하게 수의사 복장을 하고 개들을 돌보고 있을 리가 만무했다. 정부의 장관급 인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대한민국의 중남미 진출에 대해 정책적으로 밀담 또는 요담을 나누고 있을 어른이신데……. 나는 여기서 그 수의사님에게 제 2탄의 질문을 날렸다.
  “그러면 저 문 앞에 붙어있는 [스페인어학회] 간판은 어찌된 겁니까?” 
이 날카로운(?) 질문에 수의사님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다음 회에서 알아보기로 하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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