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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7. 스페인어와 나 (EL ESPANOL Y YO)

- 절망 끝에서 희망의 서광을 보다 -

당분간 스페인어를 버리고 프랑스어를 껴안으려고 했다. 그렇지만 마음은 개운치 않았다. 그동안 스페인어에게 너무너무 정이 들었기때문이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스페인어는 나를 버리고 멀리멀리 가버렸으니…….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라고 프랑스어를 택하기로 했다. 그러나 나와 프랑스어와 그리고 외대와의 삼각관계(relacion triangular)를 생각하니 영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언젠가 언급한 바 있지만 나는 지난 학기 초에 외대에서 주최(organizar)한 웅변대회에서 쓰라린 참패를 당했기 때문이었다. 프랑스어부문에서 본선은 커녕 예선에서 보기 좋게 탈락했었다. 그런 경험이 있는데 어떻게 외대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할 수 있겠는가. 에라 모르겠다. 외대 프랑스어과 응시는 그때 가서 결정하기로 했다. 그야 말로 될 대로 되라(que sera sera)식이었다.

이런 자포자기 상태에서 몇 달이 흘렀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나는 신문에서 다음과 같은 광고(anuncio)와 시선이 마주치게 되었다.

“국제학관(學館)에서 두 번째 스페인어 초급반을 개강함. 강사는 김이배 스페인어학회 부회장임.”

광고내용을 읽어보면 이미 1개월 반 전에 제 1차 초급반은 개강한 터였다. 그것도 이미 끝날 무렵이어서 다시 초급반을 모집한다는 거였다. 아니 이럴 수가! 나도 모르게 [국제학관]이라는 학원에서 1개월 반 전에 스페인어 강좌가 개설했었다니! 그러나 나의 이 피맺힌 절규(grito sangriente)는 풋내기 소년의 한낱 헛소리에 불과했다. 엄밀히가 아니라 대충대충 따져봐도 내게는 그런 구호를 외칠 자격이 없었다. 제 1차 수강생 모집한다는 신문광고를 내가 미처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보지 못했던 이유는 순전히 내 탓이었다. 스페인어학회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정신없이 쏘다니느라고 신문에 눈길을 줄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누구를 수원수구(a quien lamentar y a quien quardar rencor)할 것인가! 나는 다시 현실감에 존복하기로 했다. 우선 김이배 선생님을 뵙고 싶었다. 그리하여 국제학관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모험의 길(?)에 나섰다.

그런데 이번 길은 뭐 [모험의 길]이고 뭐고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길은 쉽게 뚫려져 있었다. 즉 학관의 위치는 쉽게 파악되었다. 을지로 4가 국도극장(*현재는 사라지고 없는) 뒷골목에 문제의 학관은 얌전한 자세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한 일은 이 학관은 그 동물병원처럼 다른 형태의 간판을 달고 있지 않았다. [국제학관]이라고 쓰여진 간판 하나뿐이었다. 그러므로 나는 지난번처럼 혼란의 늪 속으로 빠져들지 않고 곧바로 그 건물 안으로 침투할 수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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