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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 스페인어와 나 (EL ESPANOL Y YO)

- 교만의 극치(Colmo de Altaneria) -

눈썹(cejas)이 짙고 약간 인상이 무섭게 생긴 대학생 스타일의 [아저씨]가 내게로 다가와서 하는 말인즉…….

“학생, 수업 중에 너무 혼자 아는 체 하면 못써. 이 자리에는 연세 많은 분들고 계신데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설치는 것이 보기 안 좋구먼.”

나는 그가 내게 이런 말을 할 줄 알고 내심 “쫄았다”. 그런데 그의 말씨는 그의 인상과는 달리 너무나 공손하고 부드러웠다. 게다가 그는 내게 질책성 발언이 아니라 요청, 아니 간청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학생, 실례가 아니라면 이거 하나 물어봅시다.”

물론 나는 그의 겸손한 요청에 괜찮다고, 실례가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는 고맙다고 깍듯이 예를 차리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 했다.

“스페인어 문법에 [o]로 끝나는 단어는 남성(el masculino)이고, 그리고 [a]로 끝나는 단어는 여성(el femenino)이라고 하는데, [programa]는 어미가 [a]인데 왜 왜 남성으로 되어있는 거요?”

당시 나의 스페인어 실력은 이 정도의 질문에 대해서는 능히 대답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건방지게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그건 그리스어(lengua griega)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남성으로 취급하는 겁니다. 일종의 특별취급이죠. [programa]를 위시해서 [telegrama(전보)], [epigrama(풍자시)] 등이 다 이 부류에 속합니다.”

나의 이 자상한 설명(?)에 “대학생 아저씨”는 감탄어린 시선을 내게 보냈다. 그런데 말이다. 그의 옆에 앉아있던 나이든 아저씨(30세가 약간 넘어보였지만 그때 고교생이었던 내 눈에는 어느 정도 늙어보였음)가 내게 제법 예리한 질문을 던지는 게 아닌가!

“그게 그렇다면 cama(침대)나 dama(숙녀)는 어째서 남성이 아니고 여성이지?”

나는 이 질문을 받자 바짝 긴장했다. 까딱 잘못 대답하면 망신당하기 십상인 질문이었으니까. 그러나 다행히 나는 이 질문에 대한 정확한 해답을 문법책을 통해 알고 있었다.

“아, 그건 cama나 dama 같은 단어는 그리스어로부터 오지 않았기 때문이죠.”

알고 보면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너무나 간단한 해답이었다. 30대 아저씨는 내 말을 수긍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대학생은 감탄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자신도 모르게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대학생은 내게 더욱더 겸손한 어조로 말했다.

“내가 학생에게 배울 게 많으니 많이 가르쳐 주쇼.”

나는 그러겠다는 표시로 고개를 약간 숙였다. 그리하여 나는 고교생 주제에 머리 기른 아저씨들을 학문적으로, 아니 스페인어적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제압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나의 교만(altaneria)은 하늘을 찌를 듯 했다. 아, 그런데 이 하늘을 찌를 듯한 교만이 망신으로, 아니 개망신으로 변하고 말았다. 바로 그 이튿날 수업시간에서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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