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문화원에서 만난 낯선 색깔과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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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은 이유 없이 여행 이야기가 그리워진다. 오늘이 딱 그런 날이었다. 문득 스페인문화원 사이트를 열어보면서, 화면 속 글과 사진들이 이상하게 따뜻하게 다가왔다. 화려한 관광지 사진이 아닌데도, 오래된 골목길을 걸을 때의 그 서늘하고도 달콤한 공기가 떠올랐다. 그들의 색감과 소리, 그리고 사람들이 나누는 가벼운 농담까지 머릿속에서 재생되는 느낌이었다.

스페인문화원은 단순한 어학 기관이 아니다. 물론 스페인어 수업도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DELE 같은 공식 자격시험 대비반도 있겠지만, 그 이상의 온기가 있다. 문화 행사를 준비하는 그들의 사진을 보면 그냥 강좌가 아닌 ‘작은 축제’를 만드는 사람들 같다. 예전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읽었던 문화교류에 관한 짧은 글이 문득 떠올랐다. 그 글에서도 말하길, 언어는 단지 소통의 수단이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첫 열쇠라고 했다. 아마 그래서 스페인문화원은 언어 수업을 넘어서 춤, 음식, 영화까지 다루는 게 아닐까 싶다.

사이트를 둘러보다가 작년 행사 사진을 봤는데, 거기에 웃고 있는 사람들이 전부 낯선 얼굴인데도 왜인지 나도 같이 웃게 되더라. 아마도 그 공간에 흐르는 자유로운 에너지가 화면 너머로 전해진 것 같다. 어쩌면 이게 진짜 문화교류가 아닐까. 서로 다른 언어와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노래를 부르고, 같은 테이블에서 빠에야를 나누는 그런 순간들 말이다.

나는 예전에 스페인을 직접 다녀온 적이 있다. 마드리드 골목에서 밤늦게까지 들렸던 기타 소리, 톨레도의 석양, 바르셀로나의 길거리 화가들… 그때 느낀 낯선 감정들이 아직도 내 안에 남아 있다. 그런데 이 사이트를 보다 보니 그 기억들이 다시 살아났다. 마치 오래된 필름이 다시 돌아가는 것처럼. 그래서 더 반가웠다. 내가 잠시 잊고 있던 감각들을 다시 깨워줬으니까.

스페인문화원이 열고 있는 영화 상영 프로그램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스페인 영화를 제대로 본 적이 언제였지? 화려한 할리우드 영화보다 오히려 그들의 소박하고 인간적인 이야기에서 더 큰 울림을 받곤 했다. 그래서 이번 주말엔 문화원에서 추천하는 스페인 영화 한 편을 찾아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사이트 어딘가에 있던 전시회 소개 글을 읽다가 문득 나도 이런 전시에 참여해보고 싶어졌다. 그림 실력이 없어도 괜찮을까? 그냥 그곳에 있는 사람들과 커피 한 잔 나누면서 스페인 얘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지 않을까? 문득 그 자리에 앉아 있는 나를 상상해봤다. 낯선 언어가 오가지만, 오히려 그 낯섦이 주는 즐거움이 클 것 같다.

이런 생각들을 정리하다 보니, 스페인문화원은 단순히 정보나 수업을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의 ‘감정’을 건드리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언어와 문화는 결국 감정으로 이어진다. 수업 하나, 영화 한 편, 전시회 한 번이 우리 마음을 살짝 흔드는 것. 그래서 나는 이런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세상은 너무 바쁘고, 감정을 챙길 틈도 없이 흘러가지만 이런 곳에선 조금 다른 속도로 숨을 고를 수 있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있다면, 스페인문화원 사이트를 그냥 한 번 느긋하게 둘러보길 권하고 싶다. 수업 정보나 행사 일정만 보지 말고, 사진 속 사람들의 표정이나 짧은 글귀를 찬찬히 읽어보라. 그러면 아마 나처럼 문득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질 것이다. 내가 오늘 그랬던 것처럼.

이 글은 그냥 내 마음을 풀어놓은 기록에 가깝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이게 작게나마 스페인문화원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으면 한다. 언젠가 실제로 그 공간을 찾아가, 그들이 준비한 음악과 음식, 그리고 언어 속에서 낯선 행복을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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